You really break my heart
by 죠리퐁
너에게
 기분이 매우 축축하다. 문단 앞 한칸을 비우고 시작하고 싶은데 사진이 자꾸 밑으로 쳐져서 그만두었다. 기분이 더 축축해졌다(마지막 수정에서 해보니 잘 된다 이뭐.....). 오랜만에 쓰게된 포스트가 이런 내용일줄은 몰랐다. 내가 너에게 편지를 한다 약속은 했는데 펜을 잡아도 차마 쓸수가 없었다. 여기다 몇자 풀고 시작할게. 다 털어놓고 나면 편한 마음으로 편지를 쓸 수 있을거 같아.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교엔 벌써 08학번 새내기들이 들어왔고, 난 헌내기가 되었다. 우리 동아리엔 새내기와 헌내기 몇이 입부서를 작성하고 갔다. 난 생각했던 것 보단 괜찮은 학기인 것 같아. 수업이 세개나 친구와 겹쳐서 같이 듣게 됐고(얼마안가 질릴지도), 흥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전공은 들을수록 맘에 드니 나쁠것은 없고. 교양은 좀 맘엔 안들지만 이정도면 작년 교필보단 괜찮은 것 같아. 동아리 일이 좀 말썽이긴 하지만, 신입이 들어와 정을 좀 붙이고 나면 그럭저럭 한해가 작년처럼 금방 지나가겠지. 헌내기가 된 너는 잘 지내고 있니?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던, 개강파티를 걱정하고 있을 너에게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편지를 써야지 하고 편지지는 꺼냈지만 차마 몇자 쓸 수 없었어. 방학동안 너무 자주 만나서였는지, 우리 사이에 쌓인게 너무 많아졌는지.. 너에 대한 내 감정이 좋지만은 않다. 처음엔 그냥 그저 그런 사이였다가 8월 이후로 수능 때 까지 자리를 바꾸어 주지 않은 담임 탓에 내 앞자리에 앉은 너와 나는 친해졌었지. 웃긴건 나랑 친했던 다른 애랑은 지금 연락이 끊겼는데 그 애의 친구로 만났던 너랑 난 아직도 만나고 있는 거. 재수를 했다는 걔는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학교를 쉬는 날에도 공부를 한다는 명목으로 너와 학교에 나오곤 했는데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했던 공부는 별 도움이 안된것 같다. 넌 늘 늦었었잖아. 난 그것 때문에 너와 만나는 일요일엔 신경이 곤두서 있었지. 음, 뭐 지금 이걸 따지려는 건 아니니 이 얘긴 그만 두자. 
 
 개강날. 너에게 온 한통의 문자. '잘 지내?'.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2월의 어느날. 어색해질대로 어색해졌던 너와 연락을 잠시 끊었어. 학교 일로 간다고 말은 했지만, 정말 가기 싫어서 오만 핑계를 만들어내 학교에 가지 않았어. 니가 다시 만나자고 할까봐 연락을 안했어. 먼저 연락을 하면 니가 어디냐고 물어볼거고, 너를 만나고 싶진 않은데 그렇다고 꼴에 너에게 학교로 왔다고 거짓말을 하긴 싫었지. 너도 그때 우리 만났던날 이후로 전화한통, 문자하나, 방명록 한번 남기지 않았던걸 보면 사실 우린 좀 서로에게 질렸었나보다.
 
 언제부터 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늘 점심을 해결해 주던 그 햄버거가 질릴 때 쯤이었던것 같긴한데
. 늘 만나면 코스가 같았어. 딱히 할게 없는데 만나니까 그랬던거지. 방학이 시작되고 오랜만에 너랑 만났을 땐 참 좋았는데. 서로 늦을걸 아니까 약속시간 20분쯤 지나 느긋하게 만나고, 찬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걸어서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간다. 궁상맞게도 우린 늘 같은자리에서 같은걸 먹었다. 개인주의의 팽배랄까(뭐래니 ㅋㅋ), 남에게 내것 뺐기기 싫은 심보랄까. 난 동생이랑도 뭘 나눠먹는 일이 없는데, 넌 늘 감자튀김 두개를 쟁반위에 부었고 메인인 햄버거는 뒷전이었다. 난 처음엔 니가 감자튀김을 햄버거 보다 더 좋아하는 줄 알았다. 애가 너무 기를 쓰고 먹길래 나도 내꺼 뺐기기 싫은 마음에 감자튀김을 막 집어먹었지. 좀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싶은 기분은 늘 망치기 일쑤였고. 마지막으로 너와 점심을 먹을때 그 이유를 니가 말해줬지. 같이 먹는 거니까 많이 먹어둬야한다고. 뭐니 너 지금 짜장세트 시켜놓고 탕수육먼저 공략하는거니.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뭐야 나도 내꺼 뺐기기 싫다고 욕심 많다고. 처음부터 니꺼만 먹으면 되잖아. 왠만하면 넘어가겠는데 이건 뭐 적당히도 아니고 심하잖아. 물론 말로 하진 못했다. 엄마한테 말하면 어이구 애다 그래 비웃겠다. 근데 정말 너무 미운거야 얘가. 그얘기를 듣는 순간. 아 진짜 기분 나쁜건 이렇게 쓰고나니까 나 진짜 ㅠㅇ치해보인다...... 그래 난 유치한 여자야. 말나온김에 더 써보면. 뭘 먹을때 그렇게 두리번 거리는 니가 싫었어. 먹으면서 말을 많이 하는 건 별로 안좋아하지만. 나랑 같이 있을땐 나를 좀 봐야 되는거 아니니. 어떤 앤 얘기할때 눈을 안맞춰준다고 화를 내던데. 넌 늘 불안한것 처럼 내 등너머를 두리번 거리며 감자튀김을 집어먹곤 했어. 저번에 말을 했는데도 습관이라 어쩔수 없다고 말했던 너에게 이건 다음에 만나도 바뀌지 않을 것 같지만 뭐. 그랬다고. 내가 썩 기분좋진 않더라고. 

 점심을 먹고나면 늘 같은 장소로 늘 같은 코스로. 시간을 어영부영 때우고. 기분이 좀 그렇다 싶으면 노래방에 가끔 가고. 너와 난 늘 서로가 모르는 노래를 부르곤 했지. 그렇게 느즈막히 노래방에서 나와 집까지는 걸어서 갔다. 추운데, 해는 지고, 바람 불고. 너와 함께 걷던 그길이 지금 생각해도 춥게만 느껴져. 마지막 그날은 할말이 없어서 그냥 나란히 앞만 보고 걸었던것 같다. 횡단보도앞에서 잠깐 아쉬웠던 것 같기도 하다. 

 너의 우유부단한 면이 싫었어. 솔직히 너 나보다 더 소심한것 같아. 한번 말하면 못알아듣고 꼭 모른다는 듯이 되묻는 게 싫었어. 너 지금 그거 몰라서 묻는거니, 이런거 내가 다 말해야 하는거니, 답답했던게 한두번이 아니었어. 그리고 외롭게 지내는 니가 싫었어. 과모임 같은거 친한 애가 없으면 가서 들이대거나, 정 못하겠다, 너무 가기 싫다 하면 안가면 속이 편하잖아.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 어쩌라는거니. 늘 상황을 극단적으로 생각하고 일반화 하는 그 사고방식이 싫었어. 이렇게 싫다 싫다 하면서도 너랑 연락이 안 닿았던 2주간은. 나도 좀 외로웠던 것 같다. 좀 쓰고 나면 후련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단 별로다. 나만 아는 내 블로그 들르는 사람도 없어서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다 털어놓고 나면 시원할 것 같았는데. 다 쓰고 나도 그렇지 않으니 이뭐.. 내일은 진짜 너에게 편지를 쓸게. 물론 여기 있는 내용은 아닐테지만 불만을 조금은 털어버렸으니 몇장은 적을 수 있겠다. 오랜만에 만날 다음엔 또 반갑게 웃으며 만날 수 있길 바라.
by 죠리퐁 | 2008/03/07 02:29 | 숨고르기 | 트랙백 | 덧글(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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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죠리퐁 at 2008/04/18 03:36
와 이거 다시 읽어보니까 나 진짜 유치하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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